민들레 창간 1년 10장면…이렇게 걸어왔습니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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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 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의 눈빛을 간직하되 소처럼 겸허하고 착실하게 한발 한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국정에 임하는 자세로서 즐겨 쓰던 말이기도 합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 1년간 그렇게 걸어오려 노력했습니다. 15일로 창간 1주년을 맞은 민들레의 그간 행보를 10개의 주요 장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고합니다.

■ 준비 단계에서 창간까지

민들레의 태동은 2022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진구 당시 시민언론 더탐사 대표가 강기석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에게 제안하면서 싹튼 새로운 진보 언론에 관한 논의는 같은 해 8월 30일 '시민언론설립 준비위원회'가 창립총회를 열면서 공식화했습니다. 준비위는 시민사회와 언론계 원로들을 중심으로 16인으로 구성됐으며 이어 본격적인 실무 작업을 위해 이사회가 구성됐습니다. 신생 언론사에서 의기투합할 에디터 및 기자 동지들을 한 명 한 명 구하는 지난했던 과정은 '투캅스→삼총사→독수리 5형제→7인의 사무라이→육탄 10용사→15소년 모험기'로 비유할 수 있는데(강기석 전 이사장의 표현) 11월 15일 창간 당시에는 에디터 9인 체제로 시작했습니다. '민들레'라는 이름은 김성재 당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이 아이디어를 내 거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이며, 제호로 쓰고 있는 노란색 캘리그라피는 방송가에서 탁월한 그래픽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쳤던 이석인 전 KBS 보도그래픽부장의 작품입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보도

민들레는 공식 창간 하루 전인 지난해 11일 14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처음 열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실었습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단지 길을 걷던 시민들이 창졸간에 목숨을 잃은 전대미문의 대참사가 정권에 의해 막무가내로 은폐‧왜곡되고 유가족들은 고립되는 상황에서 일종의 긴급행동이자 호외 성격을 띤 보도였습니다. 기사에는 희생자들 이름마다 따뜻한 파스텔톤 풍선을 붙이고 맨 아래에는 국화꽃 두 송이를 배치한 그래픽을 첨부함으로써 희생자 명단 보도에 적합한 품격과 진정성을 갖추려 최대한 신중을 기했습니다. 이날 민들레는 <한국 언론의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과거에는?> <외신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사연 실명 보도했다>라는 보조 해설기사와 함께 이문재 시인이 보내온 추모시 <이제야 꽃을 든다>와 강미숙 시민소셜칼럼니스트의 곡진한 칼럼 <창자를 끊는 곡소리를 허하라>를 동시 게재했습니다. 특히 <이제야 꽃을 든다>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며 많은 시민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습니다.

■ 광고 없는 일간 미디어 초유의 도전과 후원 물결

민들레는 시민언론답게 '권력과 자본'으로 대표되는 일체의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 오직 시민 편에 서서 양심과 신념에 따라 보도하고 논평한다는 점을 핵심 기조로 삼아 출발했습니다. 그 주요한 실천으로서 상업 광고를 일절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를 포함한 한국 언론 대다수가 대기업 광고주 등 자본의 논리에 굴복해 홍보지로 전락하고 삼성을 비롯한 재벌 비판은 엄두도 내지 못하거나 극히 소극적인 실태를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들레는 창간사에서부터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진정한 독립 언론이 되고자 한다고 선언했고, 이에 호응한 시민들의 후원 물결이 일간 미디어로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창간 초기부터 이어져 민들레 운영에 결정적 힘이 됐습니다. 아직 완전한 재정 자립을 이룬 상태는 아니지만 내년엔 '1만 후원자' 목표를 달성해 토대를 확고히 다지고자 합니다.

■ 민들레 광장과 들판에 유수 필진 속속 합류​

민들레는 신생 매체이고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진출한 것도 아니지만 기성 언론사 통틀어 국내 최고 수준의 외부 필진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각계 명망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고정 칼럼 필진이 담당하고 있는 '민들레 광장', 기고를 원하는 일반 시민과 전문가들이 부정기적으로 자유롭게 참여하는 '민들레 들판'은 내부 구성원들이 쓰는 팩트 위주의 정규 기사와 함께 민들레 콘텐츠를 이루는 3대 축입니다. 민들레는 특히 '들판'을 통해 시민들 참여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습니다. 이밖에 박지훈 IT 전문가가 심혈을 기울여 연재 중인 <조국 사태의 재구성>은 기성 언론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민들레만의 차별성을 상징하는 코너로 꼽힙니다. 전지윤 편집위원이 주도적으로 써온 '윤미향‧정의연 마녀사냥'에 관한 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순찬 화백이 매주 월‧목요일 게재하는 <만화시사> 또한 신문 만평이 빈사 상태인 시대에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습니다.

■ 매주 토요일엔 촛불집회, 월요일엔 사제단 미사와 함께

민들레는 창간 직후인 지난해 11월 19일 <"尹 퇴진" 최대 촛불…이태원 유족 영상에 눈물바다> 기사를 시작으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매주 토요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개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거의 빠짐없이 보도해왔습니다. 소위 진보 매체라는 한겨레, 경향신문 등이 철저히 외면하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민들레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촉구하는 일련의 촛불집회가 민심을 대변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합니다. 민들레는 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전국 순회 '월요 시국 기도회' 역시 다른 언론과 달리 매번 비중 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즉, 민들레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촛불집회 기사를, 월요일 저녁에는 생생한 시국 미사 기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 기획위원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 활약

민들레를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소중한 자산은 강동형‧조영현‧김명택‧박경호 기획위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존재입니다. 이 또한 다른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민들레만의 특장입니다. 이들은 민들레의 대외 활동에서 전문적 기획과 홍보 분야를 맡아 남달리 헌신하고 있습니다. 김명택 기획위원을 주축으로 구성된 20여 명의 '민들레 서포터즈'는 촛불행동이 매월 셋째주 토요일에 개최하는 전국집중촛불 때마다 민들레 부스를 설치하고 특별 제작한 8페이지짜리 민들레 신문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민들레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경남 거창에서 열린 민들레 첫 워크숍 때도 기획위원들은 함께 머리를 맞댔습니다. 5월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 8월에 노무현재단 주관으로 열린 봉하음악회 때도 서포터즈가 찾아갔습니다. 특히 민들레 창간 1주년 한마당 행사는 이들 기획위원과 자원봉사자가 없었다면 애초에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 경찰의 잇따른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민들레는 창간한 지 불과 두 달여만인 지난 1월 26일 공권력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윤석열 정권하에서 제 목소리를 내려는 비판언론이 거쳐야 할 통과의례일 수도 있지만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소속 경찰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을 보도한 행위가 불법이라는 저널리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유를 내세워 서울 공덕동 민들레 사무실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이들은 수색 대상이 두루뭉술하게 포괄적으로 적시된 영장을 근거로 이태원 참사와 무관한 민들레의 회계자료까지 압수하려 하고 수색 5시간이 지나서야 영장 사본을 교부하는 등 사실상 언론사 사찰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습니다. 사무실과는 별도로 수사관 4명이 당일 김호경 편집인의 주거지 앞까지 들이닥쳐 신체 압수수색으로 휴대전화를 가져갔습니다. 이명재 대표와 허경혜 이사의 휴대전화까지 총 4차례의 압수수색이 이어졌습니다. 피의자로 입건된 김 편집인은 지난 6월 14일 경찰에 소환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9시간 반 동안 조사를 받았습니다.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보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찰은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기사 음성 서비스 및 ​유튜브 <민들레 뉴스> 방송 시작

민들레는 지난 4월부터 주요 기사와 칼럼에 대한 음성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람 목소리에 가까운 음성으로 기사 및 칼럼을 읽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는 국내에 극히 드뭅니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이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본문에 첨부된 유튜브 창을 클릭하면 상당히 자연스러운 낭독을 곧바로 들을 수 있어 독자 만족도가 높습니다. 민들레는 또 지난 8월부터 에디터와 기자들이 매주 월요일 저녁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문희정 평론가의 진행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민들레 뉴스> 제작에도 나섰습니다. 민들레 유튜브 채널을 통해 7회까지 방송했는데 제작 여건 변화와 포맷 개편 필요성에 따라 휴지기를 갖고 있는 중이며 머지않아 재개할 방침입니다. 이밖에 <민들레 시사톡톡> <민들레 이슈톡> <미디어비평> 등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민들레 유튜브 채널은 최근 구독자 4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 독자들과 함께한 축하와 다짐의 1주년 한마당

지난 10일 저녁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한 창간 1주년 기념 한마당 행사는 민들레 구성원과 독자들에게 실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검찰독재정권을 상대로 곧은 목소리를 내며 저널리즘의 원칙을 견지하려 애쓰는 대항언론이자 대안언론이 기업 광고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으나 민들레는 오직 시민들의 십시일반의 힘으로 건강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강진구 기자가 진행한 객석과의 즉석 인터뷰 때 스물한 살 윤서 씨는 참석한 모든 이에게 큰 울림을 주는 발언으로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았습니다. "평소 민들레 기사를 되게 자주 읽고 있는데, 제가 손을 든 이유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입니다. 여러분은 왜 다른 언론이 아니라 민들레를 선정하셨는지.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기사가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건 결국 (독자) 개개인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민들레를 선택한 이유는 그 기사가 단순히 사실만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마음을 깨어나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청년들이 찾고 있는 건 자기한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직 (창간한 지) 1년이잖아요. 조금 더 있으면 청년들한테도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시민들 품속으로 더 들어가기 위한 공익법인 설립

민들레는 회사 운영의 공익성을 더욱 강화하고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민 통제기구' 성격을 띤 공익법인의 관리‧감독을 받게 됩니다. 이는 일찍이 창간 준비 단계 때부터 구상했던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민들레의 대주주가 될 사단법인 '시민언론 보루'는 강기석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고광헌 전 한겨레·서울신문 사장,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김영 인하대 명예교수, 김평호 전 MBC PD‧단국대 교수, 윤정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정찬형 전 TBS·YTN 사장 등 8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됩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창간 1주년 행사 때 독자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로 발표하고 다짐했습니다. "민들레를 제대로 견인하고 감시할 시민 통제기구로서 사단법인 '보루'가 곧 선을 보입니다. 자신을 감시할 기구를 자발적으로 만들자고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언론사에서 지극히 드문 일이지만 가장 모범적인 시민언론의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내겠다고 약속드립니다. 민들레의 든든한 보루, 진실의 보루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