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회 맞은 라디오스타, 이래서 좋다

황금어장이 무월관 등 기타 옛날 콩트로 무장한 진부한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폐지되며 난항을 겪고 있을 때, 무릎팍도사가 자리 잡고 그 뒤에 ‘찰나’ 방송으로 만들어진 라디오스타는 방송이 이어지며 그들만의 빅재미로 마니아들의 반응이 서서히 고조되어 한 때는 무릎팍도사 보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라디오스타는 딱 보면 20회도 간당간당할 만큼 오래가기 힘든 대타방송처럼 보였지만, 그들만의 색깔과 매력으로 무려 200회 특집을 맞이하게 되었다.

‘회 발언’ 등의 논란이 많이 있었고, 멤버 중 하나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탈퇴하였으며 종편행 등의 이유로 프로그램 책임PD가 2명이 사퇴하는 등의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지만,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며 방송이 되고 있는 라디오스타, 나는 이래서 좋다.

넋 놓고 웃을 수 있어서 좋다

요새 예능은 공익성과 감동이 강조되고 있다. 예전의 느낌표나 러브하우스 같은 사연 팔아 시청률 올리는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라,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1박2일의 여행을 통한 관광지 홍보로 지역의 관광 특수를 일으키는 등의 요소와 무한도전의 수많은 사회적 활동 등으로 예능에 재미뿐만 아니라 메시지와 감동 등의 요소까지 더해지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연예인을 만들기보다는 많은 기회를 접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 가수로서 노래만큼은 진정성 있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대부분 1위를 차지해 도전하면 뜻을 이룰 수 있는 공정 사회라는 의미까지 표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접근이 가장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예능을 예능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매뉴얼이 생길수록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가끔은 해석해야하는 예능과 감동 받아야하는 예능에 지친 사람들이 예능의 본분인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가 있다.

라디오스타가 그렇다. 라디오스타는 감동 등의 기타 요소들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웃음 위주로 프로그램을 풀어나간다. 타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질문을 서슴없이 하며 공격적이고 난처한 멘트가 오가며 적나라하게 치부를 들추어낸다. 게스트에게는 굉장히 불편한 순간이겠지만, 라디오스타만의 색깔에 적응한 시청자들은 너무 재미있고 신선하며 통쾌한 웃음으로 전해졌다.

MC가 좋다

차분하고 안정적인 진행을 중심으로 자신의 치부를 밝히며 웃음을 주는 김국진과 총대를 메고 서슴없이 독설을 날리는 김구라, 슈퍼스타K 등으로 훌륭한 뮤지션의 이미지를 쌓은 윤종신의 반전된 모습인 그 깐족거림의 재미가 좋고, 새 멤버인 김희철 특유의 예능감으로 발휘되는 멘트들이 웃겨서 좋다. 중구난방 속에서도 각자 뚜렷하게 나뉘어져있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빅재미를 만들어내는 라스의 MC들이 좋다.

음악이 있어서 좋다

‘고품격 음악 방송’을 표방하는 만큼 가끔 음악에 대한 의외의 감동과 재미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요새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TV에서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진정성 있는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에서는 사연이 있는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며 전문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라디오스타 무대만의 편안하고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과 이승철이 함께한 김현식 트리뷰트 특집, 김태원이 기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언급하며 들려주었던 레드제플린의 ‘Babe I’m Gonna Leave You’, 훌륭한 가창력을 보여준 이정의 ‘End Of The Road’ 등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와 노래에 대한 애정을 함께 들을 수 있는 무대였기 때문에 더욱 좋았다.

가능한 한 오래 라디오스타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디오스타, 참 재미있는 예능이다.

‘소통’을 통한 미디어의 확장공사를 그리는 블로그(mediaparadiso.com) 운영.
한 때는 가수를, 한 때는 기자를 꿈꾸다 현재는 ‘법’을 배우고 싶어 공부중.
"내가 짱이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청년. 일단 소재지는 충북 제천. 트위터(@Dongsung_Shin).